세계적 봉독 전문가 김문호 박사의 통증 치료법

2008.01.14 00:45

정연 박

조회 수1663

“몸이 아파 죽겠는데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다”는 사람이 많다. 원인을 모르니 삶을 송두리째 좀먹어가는 통증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국내 천연물 신약 제1호인 ‘아피톡신’의 개발자이자 봉독(蜂毒) 통증요법’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문호 박사로부터 통증과 그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따끔거린다’ ‘화끈거린다’ ‘시큰거린다’ ‘시리다’ ‘쑤신다’ ‘조인다’…. 통증을 표현하는 우리말은 셀 수 없이 많다. 통증은 그만큼 종류가 다양하며 증상이 환자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따라 다르기에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통증전문의들 사이엔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기계가 개발된다면 노벨의학상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통증이 심할 때 흔히 ‘아파 죽겠다’는 표현을 쓴다. 엄살같이 들리지만 근거가 있는 표현이다. 동물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상처를 입으면 통증이 온다’ ‘위험한 것에는 통증이 따른다’는 경험을 축적해 왔다. 즉 통증은 위험이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통증이 느껴지면 곧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통증전문 병원인 안아픈세상클리닉(서울 청담동,
www.thepaincenter.org) 원장 김문호(金文昊·55) 박사는 “통증은 신체 이상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로,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방어기전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통증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다만 방어기전 기능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통증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원인을 제거했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3~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분류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통증전문의의 영역이다.

미국 통증의학 전문의
요즘에는 길을 가다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간판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증클리닉’은 일반인에게 낯선 진료과목이었다. ‘통증’이라는 말 자체가 워낙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무슨 진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 다른 진료 과목과 비교하면 ‘신생과’라는 이유도 컸다. 1970년대 초반, 마취과에서 ‘통증클리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부터 통증의학이 시작되었으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이제 막 사물의 기초를 닦는다는 이립(而立)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500여 곳의 통증클리닉이 있다고 한다. 통증클리닉에서 행해지는 치료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을 찾아 신경치료와 보조요법을 적용, 신경의 기능을 정상화해 통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치료법은 원인을 찾아 통증 자체를 제거한다기보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차단, 통증은 있지만 환자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척추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염증으로 인한 통증 부위에 스테로이드나 국소마취제를 주사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런 여건에서 김문호 박사의 이력은 돋보인다. 그는 미국에서 통증의학 전문의 자격증을 땄고,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사전 등에 4회에 걸쳐 이름이 실렸을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자(미국 뉴저지 의대 석좌교수, 의학박사)이다. 생애의 절반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김 박사는 2003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 현재 안아픈세상클리닉 원장,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아피테라피 클리닉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벌독(蜂毒)을 이용한 통증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봉독요법을 연구, 발전시킨 공로로 미주봉독요법학회의 초대 및 2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통증 잡는 대체의학
김 박사는 통증을 만성통증과 급성통증으로 분류한다. 급성통증은 증상을 치료하면 2개월 이내에 제거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이다.
김문호 박사가 개발한 ‘아피톡신’. 자연산 꿀벌에서만 채취돼 부작용이 거의 없다.
증상의 원인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급성통증과는 달리 만성통증은 통증이 생기는 경로가 주관적이고 복잡해 통증의 원인을 쉽게 찾아낼 수 없다. 치료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 본인은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지만 검사 결과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와 ‘가짜 환자’ 취급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속되는 치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닥터쇼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는 만성 관절염 등을 없애기 위해 1차 약으로 진통제와 항염증제(주로 관절염 치료제), 2차 약으로 스테로이드제 등의 주사제, 3차 약으로 항암제 등이 널리 쓰였다. 하지만 이런 처방으로도 만성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약물들을 장기복용하면서 생기는 각종 부작용으로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만성통증 치료에 대체의학을 활용한다. 한국에서는 대체의학이라는 의미가 종종 민간요법과 혼용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용하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미비해 다소 위험한 치료법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 하지만 구미에서는 정규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질병이나 증상에서는 오히려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치료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대체의학이 정규의학과 동등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합당한 검증 과정을 거친 요법만이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여러 환자의 사례를 통해 치료 결과가 축적되어 효과가 입증됐거나, 과학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 검증된 치료법 이외엔 섣불리 환자에게 시술되지 않는다.

여러 대체요법 중에서 통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치료법으로는 동종요법, 심층신경자극(IMS)요법 등을 꼽을 수 있다. 동종요법은 예방백신과 같은 원리로 시술되는데, 환자의 통증상태와 비슷한 괴로움을 인위적으로 유발해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이다. 보통 동종요법은 개인마다 질병에 대한 특수성이 있다는 전제 아래 진행된다. 똑같은 통증이라도 환자에 따라 수십 가지의 원인이 있다고 보고 각각 특성에 맞게 1대 1 맞춤식으로 치료한다. 이 밖에도 신경차단술, 근육치료, 마사지요법 등 다양한 대체요법이 있는데, 특히 만성통증의 주된 치료법인 심층신경자극(IMS)요법은 즉각적이고 강한 효과를 나타낸다.

국내 생약 1호 ‘아피톡신’
김 박사는 한 가지 방법을 더 추천한다. 봉독요법이다. 봉독액 중 인체에 무해한 성분을 추출해 통증 부위나 침 놓는 자리(경혈)에 주입해 면역력을 강화하고 탁월한 소염작용으로 염증에 대한 자생력을 키우는 치료법이다.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毒液)을 뜻하는 봉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염증·통증 질환 치료에 사용됐다. 히포크라테스는 봉독을 ‘신비한 치료제’라고 일컬었으며,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벌꿀과 함께 인체에 매우 이로운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프랑스 의사 데시아딘은 이미 1859년에 봉독을 사용해 류머티즘 관절염과 피부암을 성공적으로 완치했다고 의학잡지에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세계 유수의 파스퇴르 암 연구소에서는 암 치료에 봉독을 사용하는 등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봉독을 이용한 수많은 치료 논문과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히 드라마 ‘대장금’에 벌침을 사용해 장금이의 사라진 미각을 되살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봉독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김 박사는 “드라마에서처럼 생벌의 침을 직접 환부에 놓는 방법은 치료행위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침만 따로 뽑아 경혈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서양에서도 생벌을 환부에 대고 직접 침을 쏘도록 했지만, 요즘에는 벌에서 추출, 정제한 봉독액을 사용해 주사나 약침으로 놓아 치료하고 있다. 벌침에 있는 곰팡이균과 박테리아 등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부에 놓으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 계절이나 벌의 종류, 벌의 먹이, 벌침을 놓는 상황에 따라 분비되는 독의 양이 달라지면서 약효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도 벌침을 함부로 맞아선 안 되는 이유다.

진통소염제 100배의 항염증 작용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한 봉독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김 박사는 1970년대 후반, 사설연구소인 국제통증연구소(International Pain Institute, 미국 뉴저지 주)에서 마침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동물은 물론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끝낸 이 치료제 ‘아피톡신’은 미국에서 많은 관절염, 신경통, 류머티즘 환자를 치료해 마침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임상허가를 받아냈다.

국내에서는 200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국내 생약 1호, 신약 6호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식약청은 “아피톡신 사용을 통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장기투여로 인한 위장장애 등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 만성 골관절염 환자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피톡신은 ‘이탈리아 꿀벌(Apis Mellifera)’의 침에 들어있는 독을 전기 충격법으로 추출, 건조한 뒤 이를 식염수에 녹여 주사액으로 만든 약물이다. 봉독을 정제, 정량화해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품질의 균일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약물인데도 이탈리아 꿀벌을 사용하는 것은 “야생상태에서 키워져 자연에서 채취한 꿀을 먹고 독을 만들어내는 이탈리아 꿀벌의 독을 사용해야 안전하고 순도 높은 봉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산 꿀벌은 지리와 기후 여건상 설탕을 먹여 인위적으로 양봉된 것이 대부분으로 벌의 독낭에서 충분한 유효 성분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 또 유효 성분이 고르지 못해 투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고, 간혹 봉침을 놓는 단계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흔히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봉침을 봉독요법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의원의 봉침은 식약청의 정식허가를 받지 못해 순도를 확인할 수 없는 봉독을 사용하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피톡신으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에는 류머티즘 관절염, 건성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성 질환과 신경통, 근육통, 관절염, 통풍, 오십견, 테니스엘보, 골프 엘보, 마우스 증후군 등 각종 신경계·근골격계 질환이 두루 포함된다. 이러한 질환은 모두 현대의학으로는 쉽게 완치할 수 없어 만성화하기 쉽다는 게 특징.

아피톡신은 일반 소염진통제에 비해 100배나 강한 항염증 작용을 하는 동시에 신경세포 내의 신경 충돌 전달 과정을 차단, 강한 진통효과를 보인다. 이는 봉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 아파민, 펩티드 401, 아돌라핀, 단백용해요소 억제제 등이 다양한 경로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봉독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작용을 해 봉독 주사 후 체내 면역력이 증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성통증으로 체내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 염증을 없앨 수 있는 면역 상태를 만들어준다.

천연물이기 때문에 화학성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매우 적다는 것도 아피톡신의 장점. 아피톡신의 시판을 허가한 식약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의 가려움증, 동통과 두드러기, 오심, 현기증, 두통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은 주사 후 1∼48시간 이내에 가라앉고, 주사 횟수가 늘어나면서 몸이 적응하면 차츰 사라진다. 일단 적응기를 거치고 나면 부작용은 더는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에 따라, 그리고 환자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류머티즘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보통 20회 정도, 자가 면역성 질환 등 난치병이라면 30회가량 정기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추가적 약물치료가 없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등의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피톡신을 주사한 만성통증·염증 환자 중 80% 이상이 완치됐다고 한다. 빠른 효과를 보이는 화학성 약물에 비해 약효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적고 증상의 근원을 치료할 수 있어 그만큼 완치율이 높다.

아피톡신 치료환자 80% 완치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1년 반가량 고생하던 가수 양희은씨의 남편도 1997년 김 박사를 만나 병을 고친 경우다. 양씨의 남편은 류머티즘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극심한 통증은 물론, 관절이 굳는 바람에 6개월 동안 팔다리가 마비되어 혼자서는 수저도 들 수 없는 상태였다. 양씨는 남편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때마침 한국에 나와 있던 김 박사와 연락이 닿았다. 김 박사는 매주 왕진을 하면서 양씨의 남편에게 봉독주사를 놓았고, 2개월 남짓한 치료로 류머티즘 관절염은 거짓말처럼 깨끗이 나았다. 이 사연은 MBC TV ‘사과나무’를 통해 방송되어 김 박사는 한동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만성 근육통 환자에게 봉독 치료제 아피톡신을 주사하는 김문호 박사.
10년 가까이 양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왔다는 여성 A씨(53)도 김 박사를 만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전한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 안 다녀본 병원이 없고 먹어보지 않은 약이 없다는 A씨는 관절염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데다가 나중에는 치료제의 양이 점점 늘어나면서 약으로 인한 고통까지 가중돼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막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피톡신 주사제를 맞으면서부터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1주일에 2회 치료를 받았는데,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부작용이 심한 약물을 모두 끊고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만성통증이 나쁜 것은 그 피해가 몸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통증에 시달리다 보면 일상생활의 리듬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수면이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다반사. 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만성불면증, 만성피로, 만성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치료에 곤란을 겪게 되고, 증상을 고치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나 병원 치료에 대해 심한 불신감을 보이며 노이로제나 대인기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 박사는 이를 가리켜 “통증은 몸과 마음을 파고들며 살아 움직인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김 박사는 환자가 치료 과정에 마음의 안정을 찾아 신뢰를 갖고 치료에 임하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적외선 영상촬영을 한 후 검사결과는 물론 향후 치료계획, 치료 내용 등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한다.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증상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끝내는 여느 병원들과는 달리, 김 박사는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쏟는다. ‘환자가 자신의 몸과 앞으로의 치료 과정에 대해 의사와 동등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또한 안아픈세상클리닉은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치료실이 21개의 각기 다른 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기껏해야 한 공간 안에 칸막이를 끼워넣어 옆 침상과 거리를 두는 병원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 박사는 “통증에 예민해진 환자가 긴장을 풀고 자신의 몸을 온전히 의사에게 맡기도록 하려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환자의 주체적 의지가 관건
김문호 박사는 신춘문예를 거쳐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집과 장편소설을 출간한 경력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치료법 선택에 있어서는 서양의학뿐 아니라 대체의학과 한방의 균형을 늘 고려해야 한다”며 “육체를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과 언어·정신세계를 다루는 작가라는 직업을 겸하고 있는 것도 그런 균형 의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의 수필집 ‘안 아픈 세상’ 서두에는 “각각의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인도주의자로서 노력해야 한다. 한편 의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과학자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라는 대목이 있다.

의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치료에 임하는 환자의 자세이다. 정해진 계획에 맞게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증상에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찾아 시행하는 것도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김 박사는 “특히 몸이 봉독에 웬만큼 적응된 후에야 효과가 나타나는 봉독치료를 받을 땐 끈기를 갖고 규칙적으로 시술받는 것이 중요한데, 치료 초기에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며 안타까워 한다. 김 박사는 “만성통증에서 벗어나려면 환자의 주체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몸을 의사에게만 맡겨두는 게 아니라 의사와 대등한 관계에서 2인3각을 이뤄 병을 고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치료에 임하면 지긋지긋한 만성통증에서 해방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끝)

출처 : 2006.08.01 통권 56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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